오늘 보름달이 둥그렇게 떴습니다. 보름달을 보니 매우 반갑고 심안이 편안해집니다. 보름달을 더 즐기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낮에 태양을 쳐다보기는 힘들고 거북하지만 달은 계속 쳐다봐도 괜찮고 볼수록 더욱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달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함을 느낍니다. 오늘이 지나면 보름달도 기울 것 입니다. 달을 보니 친구 생각이 유달리 많이 납니다. 또 달을 보니 동양 사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아 마침 공부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 펜을 들었습니다.

동양에서의 국가론과 국가의 본성은 서양과 다르다고 지난 편지에 적었습니다. 특히 동양사상에서는 서양사상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는데 음양오행설입니다. 하지만 오늘 편지에서 음양오행을 설명하기가 여의치 않고 또 나의 학문이 미천하여 적지 않으니 널리 이해 바랍니다.

동양에서 성리학의 최고 대가는 주자입니다. 퇴계 선생이 쓴 성학십도에 주자가 ‘서명’을 논한 것을 보았습니다. 하늘(乾)을 아버지로 삼고 땅(坤)을 어머니로 삼는 것은 모든 생명에 있어서 동일하다고 하였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작은 몸이 혼연히 살아 있다 하였으니 이는 바로 우리 人間을 말한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같은 배속에서 태어난 형제와 같고 만물과 나는 더불어 사는 친구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임금은 내 부모의 종자이고 大臣은 종자의 가상(家相)이라 하였습니다. 결국 동양사상에서의 국가는 하늘과 땅과 그 사이의 인간 그리고 인간을 다스리는 임금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임금은 당연히 백성을 사랑으로 다스리는 것이지요. 서양과 같이 몇 가지의 정체로 나누는 것은 없는데 굳이 나누자면 군주제이고 일단은 그 한 가지 정체 밖에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이것이 동양사상에서 바라본 국가론의 대략입니다. 동양사상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국가의 본성이나 형성은 우주와 자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그 근거가 물의 이치에서 나온 것입니다. 맹자의 고자장구편에서 인성이 선하다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으니 선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래로 흐르지 않은 물이 없다 하였습니다.

이는 또한 노자의 上善若水(상선약수)와 같은 맥락입니다. 노자가 말하기를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고 서로 타투지 아니하며 만물을 이롭게 한다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라고 하였지요. 결국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맹자는 다만 물의 본성은 선하지만 가끔 급하거나 탁한 것은 그‘기세’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예컨대 거꾸로 물이 치솟은 것이 그러하며 또 물이 황토색이 되는 것은 흙을 만났기 때문이지 원래 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맹자가 노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양에서는 자연과 우주를 언급하지만 주로 신에 근거한 논의가 많습니다. 그리스 로마 사람들도 이스라엘 사람들도 모두가 신에 근거한 논의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성서에 말하는 신과 그리스 로마(신화) 사람들이 말하는 신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존 로크는 통치론에서 성서의 창세기를 인용하여 하나님이 인간에게 사회를 만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가라고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인간은 자유로우나 자연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로크는 내가 보기에 홉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참고로 자연상태와 계약에 대해서는 홉스가 먼저 이론을 내세웠습니다. 내가 보기엔 홉스가 더 위대한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동양사상의 입장에서 국가론을 말씀드리려 한 것이 길어 졌고 게다가 두서가 없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치고 다음에 다시 편지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이 많아서 자주 편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점 백분 양해를 구합니다.

 

가을 보름밤에...

소요 김기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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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을 다 하고자 하고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그리고 작은 봉사를 공동체와 함께
일구어 나가고자 그저 소박함으로 하루을 일하고자 한다.
2011/10/20 19:36 2011/10/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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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붕새는 구만리를 날아 남명으로 날아간다. 붕새는 끝이 보이지 않는 큰 몸집으로 삼천리를 박차고 올라 거대한 바다 위를 비상한다. 그러나 뱁새는 구만리는커녕 구십 리도 날지 못하고 겨우 쑥대밭 사이를 오가며 붕새를 비웃는다. 자네와 나는 쑥대밭의 뱁새가 아닌 남명으로 나는 붕새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하네. 그래야 넓고 넓은 세상의 구석구석까지를 잘 볼 수가 있겠지.

나는 요즘 퇴계 이황의 ‘자성록’을 읽고 있다네. 자성록은 스스로 돌아본다는 뜻의 서책이란다. 이 책을 통해 퇴계 선생의 인품을 엿볼 수 있고, 그의 사상도 접할 수 있으니 한량없이 기쁘다네. 조선 오백 년 역사에서 퇴계 선생만큼 위대한 학자도 없을 거라 생각하네. 게다가 그의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을 다소나마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네. 자네는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네.

요즘 장안에 화제가 무언지 잘 알고 있겠지? 안철수라는 사람이 화제인데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가 잘 나서 그러하기보다 기성정치에 그 만큼 신물이 난 거라고 봐야겠지. 그 지긋지긋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낡은 정치 구조가 깨어 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지. 이렇듯 장안의 민심과 정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곧 지방에도 변화가 온다는 것일세. 자네가 의원으로 일한지도 여러 해가 지났네. 차제에 곧 있으면 자네 나이도 지천인데 이 가을에 몇 가지 당부를 드린다네. 당부라고 하여 거창한 역사의식과 철학을 가지라거나 민족의 통일문제를 늘 고민하라는 것은 아니라네.

첫 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책에 대한 것이네. 자네가 그렇게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폐족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공부밖에 없다고 하였네. 그래서 십팔 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오백 여 권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지. 또 치열하게 독서한 결과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일화가 있다네. 다산 선생 뿐 아니라 퇴계 선생은 독서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병이 나고 말았네. 하지만 일흔 까지 살았으니 그 당시로 보면 장수한 셈이지.

그러니 가을은 물론이고 항상 책을 가까이 두고 틈나는 대로 열심히 읽어야 할 걸세. 올봄에 선물한 플라톤의 국가, 홉스의 리바이어던 그리고 맹자를 꼭 완독하길 바라네. 그래서 만추가 되면 동산에 올라 플라톤과 홉스와 맹자를 한번 논해보자고. 두 번째 당부는 얼굴 내미는 행사나 모임에는 그만 가는 게 좋겠네. 자네 얼굴을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거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네. 아날로그 정치에서 디지털로, 디지털 중에서도 스마트 정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꼭 일러주고 싶어서네. 그리고 신문이나 책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네. 그렇게 함으로 행사나 모임에 힘을 소진하는 일을 줄이게 되니 얼마나 생산적이고 유익한가.

그리고 자네는 툭하면 집행부 공무원을 만나러 간다고 하더구나. 공무원을 왜 저녁에 만나야 하나? 현안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자료가 필요하면 낮에 의회에서 만나 처리해도 될 것을. 아무튼 불필요한 시간을 가능한 줄이라는 말일세. 세 번째는 지역주민들의 불편한 점이 없는지 몸소 살펴야 할 걸세. 동네 마을버스 노선은 문제가 없는지. 입시에 지친 청소년들의 놀이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 또 노인들이 쉴 곳이 충분한지를 발로 걷든지 자전거를 타든지 지역 형편을 자주 살펴야 할 걸세. 마지막으로 시의원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 할 걸세. 지난번에 전직 시장 한 분을 만났는데 시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 “그 사람들 한량 아니오?” 그 분이 어떤 감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사람들로부터 한갓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네.

지난 번 자네 집에 법학과 행정학 책이 여러 권 있는 걸 보았고, 가끔 읽고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네. 시의원이 반드시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조례도 제정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특히 자네를 우습게 알지 못하도록 말일세. 이제 안철수 이야기로 그만 편지를 맺을까 하네. 일전에 안철수 아버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단다. 그 아버지가 하는 말이 안철수는 책벌레였다는 사실이란다. 나는 그 인터뷰를 보고 그러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단다. 책을 읽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킨다거나 세상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사술이 아닐까 싶다. 부디 이 가을에 책을 읽고 행실을 가다듬어 헌신적으로 일하는 나의 친구가 되길 진심으로 빌어 마지않는다. 두서없는 난필 이해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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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01:05 2011/09/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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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조각상에 소변을 보고, 표준관념을 깨뜨리는 것보다 더한 파격을 실천한 인물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가 바로 연암 박지원이다. 연암은 십 여 년 준비한 일생일대의 대사인 과거시험에서 나무와 바위를 답지에 그려놓고 그냥 나와 버린다. 시쳇말로 또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연암과는 조금 다르지만, 백범 역시 요지경이 된 과거시험장을 개탄하면서 결국 아버지가 시험을 본 것으로 적고 나온다. 이러한 행동 일면에는 부조리하고 불의한 기득권에 편승하기보다 그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맞서 싸운 깨인 의식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몸소 부조리를 혁파하고자 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날 이만큼의 진보가 이루어 진 게 아닐까 싶다.

백범의 일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사건이 이른바 치하포 사건이다. 得樹攀枝未足奇(득수반지미족기), 懸崖撒手丈夫兒(현애살수장부아),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벼랑에서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대장부다. 라는 뜻이다. 冶父道川선사의 禪詩이고 그의 스승인 후조 고능선에게 배운 대목다. 김구선생이 왜놈 스치다를 발견하고 거사를 결심할 때 결정적으로 힘을 준 구절이다.

연암 박지원이 과거시험 답안지에 나무와 바위를 그려 놓고 나오는 배짱, 백범이 懸崖撒手丈夫兒 현애살수장부아를 행하는 결단력 그리고 신의 조각상에 소변을 볼 수 있는 파격. 바로 이것이 오늘날 나에게 절실히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들이다. 누가 나를 욕하든 말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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