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를 읽고
작가 E.B 화이트 사진이 윌리엄 진서(William Zinsser) 사무실에 결려있었다. 일흔 일곱 살의 노인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는 글을 쓰기 위한 타자기 한 대와 나무 탁자, 그리고 나무 벤치가 놓여 있으며, 또 다른 물건이라곤 재떨이와 휴지통 뿐 이었다. 이 사진은 간소함 그 차제였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였다.
지금은 주로 컴퓨터로 글을 쓴다. 컴퓨터에는 글을 쓰기에 편리한 장치가 많다. 하지만 그 무엇도 글 쓰는 사람을 대신할 순 없다는 것이다. 끝임 없이 노력하는 게 글쓰기의 기본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글쓰기에 관해서는 1부와 2부가 핵심이다. 어떤 부분은 다른 글쓰기 책과 중복되는 내용도 있다. 다른 책과 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간소하게, 간략하게 쓰라는 주문은 백번 들어도 과하지가 않다.
예컨대, ‘난삽함과의 싸움’, ‘군더더기 없애기’, ‘버릴 수 있는 만큼 버리기’ 와 같은 것인데 이것 역시 간소하게, 간략하게, 명료하게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간소하게 혹은 간략하게 쓰는 것이 좋은 글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실제 글쓰기에서 잘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이 책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언급한다. 간소하게 쓰라는 말이 지나치면 유아용 읽기 책처럼 쓰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버리고, 군더더기를 없애고 간소하고 명료한 글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어른들은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너무 과도하게 간소한 글을 쓴 탓 일테다. 
윌리엄 진서가 지적한 것처럼 나도 이런 문제에 부딪힌다. 문제라기보다는 고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간소하게 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목수의 비유를 들며 설명하는데, 나무를 깔끔하게 톱질해서 못을 단단히 박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다음부터 자기 취향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화려하거나 예쁘게만 꾸미지 말라고 덧붙인다. 이 역시 어려운 문제이고 저자도 이에 동의한다. 간소하게 쓰되 유아용 읽기 책이 아니고 기본이 단단하되 '화려하거나 꾸미는 것'은 주의하라는 당부이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저자의 말이 내 생각을 난삽하게 만든다. 윌리엄 진서가 말하는 대로의 글쓰기는 어렵고 내가 감당하기에 벅차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러하듯이 나의 글쓰기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한 결론은 너무 명쾌하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결국 글쓰기에 왕도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관념이 아닌 경험이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깊이 사랑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와 같다.
두 번째 고민은 단어 선택이다. 글쓰기에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간소하게 쓰는 것 만큼 어렵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지, 어휘에 맞게 쓰는 지가 그것이다. 그리고 내가 정확히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휘력이 부족하고 문장도 매끄럽지 못 하다. 물론 개요 짜기, 문단 구성과 연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또 한 가지는, 독서 부족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경험이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듯 책을 읽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넋두리를 해본다.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장서가 약 200백만 권 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60년 동안 1년에 166권을 읽어야 약 1만권을 읽을 수 있다. 오늘도 신간 소개란에는 수십 권의 책이 출간되고, 내 서재에도 일천 권 정도가 보란 듯이 서있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제법 많다.
요즘은 ‘글쓰기 책’을 읽느라 다른 책을 보지 못한다. 내 머리맡엔 읽지 못한 역사서, 동양철학서, 국제정치 서적 등이 쌓여 있다. 그래도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 조금은 스트레스이고 읽어야 할 책이 많지만 글쓰기 책을 계속 읽을 참이다.
좋은 책을 추천해주니 이 또한 복이다.
김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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