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이 주일과 겹치는 때가 더러 있다. 나는 일년에 두어번 고향에 내려간다. 사실 명절도 명절이지만 올해 83세의 어머니를 뵙는 것이 우선이다. 83세의 어머니! 나이가 젊어도 경제력없고 힘없으면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인데, 건강하지 못한 노구 흰머리에 잔주름 누추한 옷매무새를 보고 누구 하나 반겨주는 사람없는, 그래서 밤이면 처절하게 외롭게 보낼 것이다. 그러다가 간혹 못난 막내놈이 어떻게 지낼까하는 생각에 뒤척일 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인간이지라 때로는 어머니가 싫고 미울때가 왜 없었겠는가. 막상 지금 같은 집에 산다면 그리움보다는 그야말고 일상속에서 오는 애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별로 정이 없는 형님이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추석에도 주일이 겹쳤다. 늘상 가던 울산교회 대신 울산시민교회란 곳에 갔다. 그날 설교 제목은 ‘죄의 고백으로 형통하라’ 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보의 칼럼 '시민편지'에서 명절에 술자리를 조심하라는 내용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물론 일견 타당한 말도 있었다.
몇가지 기억나는 대목이 있다. 술과 죄를 연결시켜 강조하면서 여타 인간의 죄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계속해서 강조했다. 특히 10여년 전 희대의 살인극 지존파 사건을 예화의 하나로 들었다.
우선 너무나 잘 알듯이 인간인 이상 누구나 죄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선하게 산다해도 부지불식간에 죄를 범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직한 살인사건이 왜 자꾸 일어나는 것일까? 이렇게 잔악무도하고 점점 더 엽기적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병들어 가는 세상를 목전에 바라보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교회가 호언할 게 있는건가? 아니면 적어도 같이 아파 해본 적이 있는지 궁굼하다. 교회가 자신을 뒤돌아 보지 못하고, 교회가 병든 세상을 위해 빛지 되지 못하면서 무슨 얼굴로 큰소리를 치는 지 알 수가 없다.
지존파 사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죽여야 할 사람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그 사람의 속으로 한번쯤 들어가 보라. 사랑의 눈길이, 사랑하는 가슴과 손길이 없는 데 그것이 진정 그리스도인인가? 우리도 인간이니 살다보면 남을 정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가식이고 무지이고 행패에 가깝다.

3살 때 어머니 잃었다. 9살 때 계모손에 자랐다. 14살 때 아버지가 죽었다. 15살 때 중학교를 중퇴 했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했다. 교통사고가 낫다. 일을 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훔쳐 먹다가 감옥에 갔다. 취직도 결혼도 못했다. 사회에서는 알아주지 않는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먹을 꺼리도 없는데 누구하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업신여기고 손가락질 한다. 이러한 사람에게 너 고생했다고 한번 위로해주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이제 술 주정뱅이라고 욕만하지 말고 왜 그들이 술을 마셔야하는 지를 그들에게 따듯한 눈길을 한번 보내보라. 그들이 그러한 눈길과 손길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그들은 사랑과 정에 배가 고파 그 허기를 매우려 한잔 술을 마시는 것이다. 그러다 그러다 지치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글을 맺고자 한다. 인간이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간인 이상 죄의 굴레를 스스로 빠져 나올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죄가 없다. 나는 깨끗하고 고상한 사람이다. 그런데 너는 못배우고 술마시고 죄많은 하류 인생이라는 정도의 시각을 가졌다면 교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이 얼마나 의 고단을 삶을 살고 좌절하고 있는지 그들을 위해 한번쯤 애통해보기 바란다.
나는 그 교만한 사람이 오히려 더 안타깝다. 하나님 앞에서 누가 누구의 죄가 더 많다고 오십보 백보 하고 있는가. 이것이 나의 일, 내 형제,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어쩌면 가소로는 일이다. 술마시지말고 노래방도 가지 말고 추석에 찬송가부르고 기도하라는 말씀......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여간 힘들말이 아니다. 이런 질 낮은 설교를 들으러 주일을 지킨다는 이유로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성수' 하고 있다. 솔직히 한심한 생각이 들때도 있다.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대한민국 땅에서 적어도 남에게 큰소리 치고 살려면 얼마나 처절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속을 들어가보길 바란다. 아니 그속을 좀 알기를 원한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와 편견과 고독의 벽에 부딪혀 한치 앞이 안보이는 지독한 삶 속으로 단 한번이라도 이해하려 해보았는가를 묻고 싶다. 왜 그들이 술을 마시고, 왜 그들이 사고를 치고 왜 감옥으로 가야 하는가? 그들도 똑같은 고귀한 존재들이다. 내 품안에 안고 조용히 기도해보라. 그들은 수많은 날들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야했고 눈물로 밤을 세워야 했던 사람들이다. 함부로 돌 던지지 말아야 한다.
내가 보기엔 부자 세습을 하는 K 교회의 K 목사 형제, 갑제형, 대중형 이런 사람들은 대학원까지 나온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술 안 먹는 목사들이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다. 이병박 대통령도 장로가 아닌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귀한 사람들로부터 매우 힘들어하고 이들로 인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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