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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인 웜우드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어놓은 책으로 총 31통의 편지가 담겨져있고 그 편지들은 "바른 악마 지침서"로써 어떻게 하면 인간을 잘 꼬득이고 속여서 지옥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가를 일러준다. 악마와 그들의 원수인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여진 환자-인간. 악마와 원수는 환자를 자신의 진영으로 데려가기 위해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쓰고 스크루테이프는 이 부분에서 원수의 방법을 비난한다.
글의 저자인 C.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입을 빌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기본적인 죄성에 대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이런 면에에서 기독교 서적이지만 비그리스도인들이 읽어도 흥미가 있을 듯.)

문명생활에서는, 글자만 놓고 보면 아무렇지 않은 말인데도(단어자체는 공격적이지 않으므로)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말투로 사용하면 마치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는 듯 위력이 생기는 말들을 통해 증오가 표현된다. 타인에게는 제가 한 말들을 문자 그대로 이해해 주고 실제로 한 말만 가지고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타인이 한 말의 어조며 전후맥락이며 숨은 의도까지 꼬치꼬치 따져서 최대한 과민하게 해석하고 반응하게 하거라. 물론 상대방 편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게 해야지. 그러면 말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각자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굳게 확신하거나,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확신에 가까운 믿음으로 등을 돌리게 될 게다.(3rd)

얼마나 오싹한가. 실제로 사소한 말다툼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큰 화를 불러일으킬 때가 종종 있다. 소설 속에서라도 악마들은 그런 우리의 본성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싸움 외에 사랑에 대한 태도, 죽음에 대한 반응, 기독교인의 신앙 생활, 시간 사용, 대인 관계, 심리 상태, 나의 가치, 인간의 자유 등에 대한 악마의 주장이 쓰여져 있다. 물론 그 주장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간들을 지옥으로 끌어오느냐를 전제로 한다.

원수가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이유는, 이 구역질나고 하찮은 인간 버러지들을 이른바 '자유로운' 연인이자 종-원수가 쓰는 말로 하자면 '아들'-으로 삼겠다는 망측한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이 두 발 달린 짐승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집요한지 변태적인 관계도 서슴지 않으면서 영적 세계 전체를 모독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수는 인간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인간 앞에 목표를 세워 놓고서도 단순한 감정이나 습관을 이용해서 끌고 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지. '제 힘으로' 해내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게야. (2nd)

종종 이렇게 인간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원수의 성품과 정책을 이야기하는데 이것들은 늘 스크루테이프에겐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보잘것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악마)들에게 우린 구역질나고 하찮은 인간 버러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손가락질이 되지. 그(악마)들이 벌레같이 여기는 인간들에게 하나님은 한없는 사랑을 쏟아붓고 계시니. 흠... 악마들이 보기에 집요하고 변태적인 애정이라는게 살짝 이해가 된다.

그들이 말하는 변태적인 애정행각은 군데군데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저나 우리나 순전한 영적 존재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체통이 있는 법인데도, 그 작자는 냉소적일 정도로 여기에 무관심한 나머지 인간 동물들이 무릎을 꿇을 때 아주 창피스런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지식들을 쏟아부어 준단 말이야. (4th)
그 작자는 이 조그만 버러지들을 진짜로 좋아하기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의 차이에 터무니없이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걸 명심해야지. 원수가 자아를 버리라는 건 아집으로 소리치고 주장하기를 그만두라는 뜻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들이 아집을 버리고나면 진짜 각자의 개성을 전부 돌려준다구. 원수는 인간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정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큰 소리친다.(불행히도 이건 원수의 진심이지.) (13th)
원수는 그리하여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피조물(자기 자신을 포함해서)은 하나같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인간의 동물적인 자기사랑이야 그 작자도 하루빨리 없애고 싶어 하지. 하지만 원수는 새로운 종류의 자기사랑-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자아를 향한 사랑과 감사-을 회복시키기 위해 장기 정책을 쓰고 있다. 이게 무서운 거지. 이웃을 정말 제 몸처럼 사랑하기를 배운 인간은 저 자신 또한 이웃처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최고로 불쾌하고 납득할 수 없는 원수의 특징 때문인데,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될 그 특징이란 바로 그 작자가 자신이 창조해 낸 저 털 없는 두발 짐승들을 진짜로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왼손으로 가져간 것이 있으면 항상 오른손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14th)

나의 커다란 문제였던 두려움에 대해 칼같이 집어줬던 부분이 있다. 두려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읽으며 탄성이 나오는 글들이었다. 항상 두려움은 걱정과 근심에 대해 비롯된 것이었다. 시작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분명 하나님의 성품이 아니고 아직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항상 두려움이 많았다.

원수가 의미하는 바는 뭐니뭐니해도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현재의 걱정과 불안-을 인내로써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건 바로 이 부분에서 그렇게 해 달라는 기도이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것도 바로 이것을 매일 감당하기 위한 기도지. 따라서 네 임무는 환자가 현재의 두려움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라는 생각을 절대 못 하게 하는 한편,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줄창 매달려 있도록 조치하는 거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 일들이야말로 제 십자가라고 믿게 만들거라. ......즉 환자는 자기가 두려워하는 대상보다는 두려움 그 자체에 집중하여 그것을 '현재 겪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심리상태'로 여길 때, 더 쉽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그 두려움을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로 여긴다면, 그것이 일개 심리상태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려야 모를 수 없다 이 말씀이야. (6th)

스크루테이프는 날 담당한 악마 누군가에게 뭐라고 충고해주고 있을까? 요즘 원수와 관계가 멀어지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잘 들이파라고  이야기 할까? 충분히 그럴듯 하다. 빈 틈새를 잘 노려서 아예 관계가 틀어지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겠지. 어떻게 하면 악마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원수가 인간 영혼 하나를 제 것으로 확보하기 위해 꼭대기보다 골짜기에 더 의존한다는 걸 알면 아마 좀 놀랄 게다. 원수가 특히 아끼는 인간들은 그 누구보다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통과해야 했다. 원수는 피조물들이 제 힘으로 서게 내버려 둔다. 흥미는 다 사라지고 의무만 남았을 때에도 의지의 힘으로 감당해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속셈이지. 인간은 꼭대기에 있을 때보다 이렇게 골짜기에 처박혀 있을 때 오히려 그 작자가 원하는 종류의 피조물로 자라 가는 게야. 그러니 이렇게 메마른 상태에서 올리는 기도야말로 원수를 가장 기쁘게 할 수 밖에. (8th)

기본적인 인간의 본성을 재미있게 서술하며 날카롭게 지적해주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기본적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고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몰랐던 것, 알지만 잊고 있었던 것 등을 다시 주워담을 수 있게한 책이다. 작고 가볍고 재밌는 동화같은 이 책.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 루이스가 쓴 책답게 책의 첫 장에 "J.R.R. 톨킨에게"라고 써있다. ㅎㅎ '톨킨에게'가 C.S.루이스 다운 건가? 구석구석 냉철하게 묘사되는 인간의 모습을 볼 때, 다 읽은 후 책을 덮으며 오랜만에 동화 속에서 교훈을 찾았다~ 했을 때 C.S.루이스 답구나.. 했다.

-C.S. 루이스 저 :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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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9 17:25 2007/03/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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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7/03/11 11:58
소설인가요? 재밌는 형식의 책이네요.
저도 가끔 대화를 하다보면 숨겨져있던 인간의 본성을 깨닫곤 합니다. ㄱ- 이 책을 읽으면 더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wrote at 2007/03/12 09:43
맞아요!! 말할 때 제일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_+
얼마 전에도 가벼운 입놀림으로 다른 사람 상처준 일이 있어서... ㅜ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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